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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합리한 세법’ 바꿔보겠다는 큰 뜻 품었던 ‘심판청구 도전기’
2023-11-20 12:57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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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합리한 세법’ 바꿔보겠다는 큰 뜻 품었던 ‘심판청구 도전기’


비상장주식 평가시 자산의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 등의 공제는 요원한가?

 

◎ 심판청구의 긍정적 역할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조세심판원에서는 때로는 납세자에게 부당하게 과세하여 재산권을 침해한 사례에 대해 세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시원하게 구제해 준 결정을 보고 ‘조세심판원에는 이런 기능도 있구나’하고 감탄할 때가 있었다. 주식평가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 비상장주식을 수익가치로 평가할 때 과거에는 유상증자를 하여 주식 수가 증가하면 그 가치가 희석화되어 주가가 떨어질텐데도 주식 수가 늘어나기 전의 수익력으로 평가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1만주를 발행한 법인에 대해 수익가치로 평가한 가액이 1주당 5만원일 때, 신주 9만주를 액면가액으로 유상증자를 하여 발행주식총수는 10만주가 되어도 수익가치는 그대로 1주당 5만원으로 평가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평가방법의 적용으로 발행주식 수가 1만주이고 1주당 평가액이 5만원인 법인의 가치는 5억원이 된다. 이러한 법인이 액면가액 1만원으로 신주 9만주를 유상증자하여도 1주당 평가액은 5만원을 적용하여 기업가치는 50억원이 된다. 유상증자를 9억원하면 그 기업의 가치는 45억원이 늘어나는 희한한 셈법이 되었다. 이러한 방법의 적용으로 분쟁이 자주 발생하자 조세심판원에서는 유상증자일 이전에도 증자금액의 10%에 해당하는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하여 과거 각 사업연도의 손손익액에 가산하고, 증자 후의 주식 수로 나누어 수익가치를 평가하도록 한 결정 사례가 있었다.

건설회사 등에서는 이익을 내지 않으면 공사를 수주할 수 없어 감가상각비와 같은 비용을 손금으로 계상하지 않고 결산함에 따라 그만큼 이익이 더 발생한 것으로 법인세를 신고하였으나 추후 상속이나 증여를 할 때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세금이 많이 부과되자 심판청구를 한 경우에 대해 심판원에서는 주식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순손익액계산 시 각 사업연도 소득에서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차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심판결정은 나중에 세법의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하여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심판원의 적극적인 결정에 고무되어 과거에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자산의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 등을 차감하지 않고 평가하면 터무니없이 과대평가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 평가제도와 유사한 일본의 사례를 소개를 하면서 당국에 건의를 하기도 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개정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개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주당 순자산가치는 자산의 합계액에서 부채의 합계액을 차감한 가액을 발행주식총수로 나누도록 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에는 재산평가기본통달에서 1주당 순자산가액은 자산의 합계액에서 부채의 합계액과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액 등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발행주식총수로 나누어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 심판청구 사례

필자는 비상장주식의 평가를 전문으로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자문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축적하게 되었다. 의뢰인은 상속세 조사를 받을 때 처분청은 피상속인이 보유하였던 부동산임대법인의 비상장주식을 평가하면서 해당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의 처분에 따라 납부한 법인세 등을 채무로 공제하지 않고 부과한 상속세가 너무 많다고 억울해했다.

피상속인이 운영하던 부동산임대법인은 수십년 전에 10억원에 취득하여 운영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변이 도심으로 변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임대소득은 발생하지 않고, 재산세 등의 비용만 발생하여 부동산개발업자에게 110억원에 매매한 상태에서 잔금을 받기 전에 사망하였다.

상속인들은 부동산처분이익 100억원을 반영하여 법인세 신고를 할 때는 법인세 등이 22억원이 발생하여 납부하였고, 상속세 신고를 위해 부동산임대법인의 주식을 평가할 때는 부동산가액을 양도가액인 110억원으로 평가하고, 이미 납부한 법인세 22억원을 채무로 공제하고 1주당 가액을 평가하여 상속세를 신고하였다. 처분청은 상속인이 법인세 등을 채무로 공제하고 신고한 내용에 대해 상속세조사를 할 때 상속개시일 현재는 채무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 상당액의 채무를 부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필자는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 상당액을 채무로 공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심판청구를 통해 인용결정을 받으면 불합리한 세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심판청구를 수행하게 되었다.

자산의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지방소득세 등을 채무로 공제해야 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장부가액이 10억원인 부동산을 110억원에 팔면 처분이익은 100억원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법인세 등으로 22억원을 납부하게되며, 상속인들은 부동산을 110억원에 처분하고 세금 22억원을 뺀 88억원을 배당금으로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상속개시일 현재 확정된 것만 공제한다는 규정만 고집하여 110억원으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평가는 점포 4동을 신축할 때 1동당 20억원에 신축하면 장부가액은 80억원이 되고, 그 중 1동을 30억원에 팔고 납부할 법인세 등이 2억원이라면 처분한 점포의 가치는 28억원이 되며, 나머지 3개동은 60억원의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상속이 개시되어 해당 법인의 주식을 평가한다면, 평가기준일 현재 확정된 채무는 없으므로 1동을 30억원에 팔았으니 나머지 3개의 동도 1개동 당 30억원의 사례가액을 적용하게 된다. 점포 1개 동당 20억원에 취득하여 장부가액은 80억원이지만, 1개동 당 30억원에 평가하면 점포 4개 동은 120억원으로 평가하게 되어 평가차액 40억원(120억원-80억원)을 가산하여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가 일반화되면 회사가 보유한 상품과 제품도 장부가액이 아닌 판매될 가액으로 평가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심판청구 진행과 경과

심판청구서를 접수하고 몇 달이 경과한 이후에 세종시에 있는 심판원에 가서 조사관에게 보완 자료의 제출과 과세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일본의 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 등을 채무로 공제하고 있는 사례와 과거 심판원에서 결정한 사례를 함께 제출하였다. 심판원의 선결정례는 부동산회사에서 평가기준일 이후에 부동산 개발에 따른 취득세 등과 수분양자들에게 반환한 토지보상금을 채무로 공제해야 한다는 청구에 대해, 이러한 채무는 해당자산의 준공에 관련된 것으로서, 그 금액도 비교적 용이하게 산정할 수 있고, 쟁점법인으로서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거의 확정적이므로 부채로서 순자산가액에서 차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필자의 진술을 경청하던 심판관은 필자가 제시한 선례는 평가기준일과 준공일은 불과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진술을 자르자, 추가 질문도 없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순간 일본의 사례와 같이 평가차액에 대한 법인세 상당액을 부채로 공제할 수 있게 불합리한 세법을 개정해보겠다는 순수한 열정도 심판관들의 무관심을 뒤로하고 그 자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예시한 비상장주식의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 유상증자에 따른 희석화를 고려하여 유상증자에 따른 이자 상당액을 과거의 수익력에 반영하고 증자후의 주식수로 나누어 평가한 사례, 결산할 때 반영하지 아니한 감가상각비를 수익가치에 반영하여 평가한 사례와 같은 따뜻한 처분은 어쩌다가 한번씩 심판원을 찾는 대리인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세심판원이 납세자권리구제기관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좀 더 납세자 친화적일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