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일의 절세가인] 세무사가 절세 컨설팅을 두려워하는 이유

◎ 세무서비스시장의 동향

최근 강만수 국세청장이 OECD 국세청장 회의에 참석하여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납세자가 정확한 명칭을 몰라도 원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지능형 홈택스”를 소개했다. 이 발표는 참석한 외국 국세청장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국세청은 그동안 AI 상담 확대 등 혁신적인 AI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AI업무혁신TF’를 구성하고, 빅데이터센터를 통해 AI 상담 개발 업무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동안 빅데이터센터는 모두채움서비스 등 각종 세무신고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통해 납세자 편의를 크게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세청의 이러한 움직임에 더해, 민간에서도 AI를 활용하여 장부 작성을 자동화하고 더욱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고, 그 기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과거 ‘마차의 시대’에서 ‘자동차의 시대’로의 전환과 유사하게, 세무서비스시장에서도 AI가 주도하는 시대가 점차, 그리고 급속히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작업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고, 이로 인해 수수료 경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단순한 장부작성 중심 세무서비스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절세컨설팅과 같은 고도화된 서비스로 전환하는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세무서비스 고급화를 위해 다양한 컨설팅 솔루션을 소개하고 교육을 진행한 경험이 있으며, 직접 실행하고 자문할 때 느끼고 배운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 세무사가 어려워하는 4가지

첫째, 절세컨설팅 솔루션을 생각하기 어렵다

절세컨설팅 솔루션을 구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법과 관련 지식을 익혔다고 해서 고객의 복잡한 상황을 듣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는 컨설팅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느끼는 어려움이다. 세법은 배웠지만, 컨설팅 기술이나 절세 솔루션을 설계하는 과정은 교육받은 적이 없으니,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컨설팅의 어려움은 고객마다 상황과 조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기장과 세무조정은 비교적 유사한 틀 안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절세컨설팅은 매번 새로운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으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렵다.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함께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첫발을 내디딜 때 반드시 신중함을 유지해야 한다. 성급하게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큰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고, 고객은 되돌릴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모함이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실수가 발생하고, 그 실수가 낭떠러지 끝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절세란 조세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절세 활동은 주로 세무사의 역할로, 조세법뿐만 아니라 회계학, 민법, 상법 등 다양한 법률과 규정을 결합해 이루어진다. UN에서는 세무서비스업을 기업의 세무계획 및 상담서비스, 세무신고, 세무계획을 제공하는 업종으로 분류하며, 변호사나 공인회계사의 서비스와 구분한다. 특히, 세무서비스업에서 기업 세무계획 및 상담서비스는 거래의 구조, 시기, 방법 등을 통해 가장 낮은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법률적 지식과 실무 경험이 필수적이다. 절세 솔루션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는 있지만,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둘째, 아는 솔루션을 고객이 알게 하기 어렵다.

고객이 솔루션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무사가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워도 그것은 채택되지 않는다. 전문가의 깊은 지식이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고, 고객이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면 금은보화 같은 지식도 무의미하다.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안하려 해도 쉽게 설명하기 어렵고, 솔루션의 리스크를 우려해 고객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세무사가 무엇을 파는지,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무사가 제공하는 것은 복잡한 개념과 이를 실행하는 솔루션이며, 고객이 얻는 것은 세무적 이익과 후회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특히 세무사가 어렵게 고민해낸 솔루션을 고객이 이해하도록 알리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고객에게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세무사의 전통적 업무 범위는 아니지만, 이제는 세무사가 문을 열고 적극적으로 익혀야 할 영역이다. 고객과의 소통 능력과 알기 쉬운 설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세무사가 제안하는 솔루션의 가치를 고객이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기술이다.

셋째, 고객에게 수수료를 청구하기 어렵다.

그동안 세무서비스는 장부작성과 함께 다양한 부수적인 서비스를 포함해 제공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졌다. 4대보험 처리, 연말정산, 심지어 고객 개인의 양도소득세 신고와 같은 업무도 장부작성의 연장선상으로 간주되어 별도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조세법, 회계학, 민법, 상법 등 다양한 법규를 결합하여 절세컨설팅 솔루션을 제안하더라도, 이 역시 장부작성의 부수 업무로 취급되어 적정한 수수료를 청구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

더 나아가 고객은 세무사가 제공하는 컨설팅 역시 기장이나 세무조정 업무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무사가 컨설팅의 독립적인 가치를 강조하지 못하고 기존의 업무 범주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 이를 깨지 못하면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잃거나 서비스를 떠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브랜드 전략과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 세무사가 단순히 장부를 작성하고 신고를 처리하는 직업군이라는 인식을 넘어, 절세와 재무 전략을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의 범주와 가치를 고객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의 고유한 차별성과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이는 세무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보다 견고히 다지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넷째, 막상 솔루션을 진행하려고 해도 자신이 없다,

절세컨설팅을 진행하려면 다양한 법률적, 회계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세법만 하더라도 단일 법령이 아니라 여러 세법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크다. 실제로, 절세컨설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를 종종 접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절세를 위한 솔루션은 세율 변경, 새로운 과세유형의 도입, 또는 지원방안의 신설 등 세법 변화가 반영되는 연말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연말이 되면 개정된 세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해 바쁘게 준비하고 서두르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재산을 이전하는 방법으로는 매매 후 처분 대금을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보유로 인해 자본이득이 커진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이득이 큰 재산은 처분하지 않고 증여를 통해 이전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여받은 재산을 10년 이내에 처분하면 이월과세가 적용되어 예상치 못한 세금 문제가 발생하여 새로운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 부과될 수도 있어 적절한 솔루션이 있더라도 분쟁 가능성을 우려해 실행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 ‘김완일 컨설팅 Team’의 조언

컨설팅은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인정받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위험도 뒤따른다. 특히, 형식적으로 여러 단계를 거친 거래라 하더라도 조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으로 판단되면, 세법에 따라 해당 거래를 실질적으로 하나로 통합해 과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컨설팅 과정에서 납세자가 피소되는 사례나 수수료 반환, 심지어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고객과 이익의 방향이 동일해져 동질화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동질화는 때로는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게 만들어 조세회피의 경계를 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형식과 실질이 다른 거래를 설계하는 것은 조세회피 방지 규정에 의해 문제될 가능성이 있음을 반드시 인식하고 주의해야 한다.

컨설팅은 단순히 기술적 접근만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장착해 진행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세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며, 동시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컨설팅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컨설팅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전문가로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김완일 세무사 프로필]


△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주식평가연구원장
△ 국회입법조사처 국민공감입법혁신위원
△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역임
△ 기재부 세제실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청 비상장주식평가심의위원회 위원
△ 서울지방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 한국세법학회·한국지방세학회 부회장 역임
△ 코스닥협회 자문위원회 위원 역임
△ '비상장 주식평가 실무' 저자

출처 :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